"기아차 상여금도 통상임금"…'1조 소송' 노조 손 들어준 대법

입력 2020-08-20 10:56   수정 2020-08-20 11:15


기아차가 상여금과 식대 등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며 근로자들이 낸 1조원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20일 근로자 고모씨 외 3531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고씨 등 기아차 근로자 2만7451명은 2011년 10월 "상여금과 영업직에 지급된 일비, 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 기준으로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며 기아차에 소송을 냈다. 소송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임금채권 청구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3년 치 임금 6588억원이 대상이며, 지연이자를 더하면 1조원대가 넘어선다.

재판에서 기아차는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내세워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소급해 지급할 경우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항변했고 근로자 측은 "못 받은 돈을 달라는 것"이라며 정당한 권리이므로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신의칙은 계약 당사자들이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고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민법상 원칙이다.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회사에 중대한 경영 위기가 발생하면 미지급분을 소급해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가 된다.

1·2심에서는 근로자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1심 재판부는 "근로자들이 받았어야 할 임금을 두고 비용이 추가 지출된다는 점에만 주목해 경제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고 항소심 재판부도 "회사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2심에서 근로자들이 일부승소하자 기아차와 노조는 지난해 8월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 및 미지급금 지급 방안에 합의했다. 기아차는 근로자 1인당 평균 1900만원을 지급했고 대부분의 근로자가 소송을 취하했다. 그러나 3532명은 소송을 계속했다.

근로자 측은 "못 받은 돈을 달라는 것"이라며 정당한 권리이므로 신의칙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고, 대법원은 “원고들의 청구가 통상임금 소송에서의 신의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본 원심판결은 타당하다”며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번 판결로 기아차가 지급해야 할 임금은 이자를 포함해 400억원 규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항소심 인용금액은 원금기준 3125억원이었으며 지연이자 포함하면 4000억원대에 달한다. 그러나 노사가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과 미지급금 지급 방안 합의하면서 2만7451명이던 근로자 중 10분의 1 수준인 3531명만 상고심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업계의 사정을 외면한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2분기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8% 감소한 1451억원에 그쳤다.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줄지어 있는 기업들의 부담감 역시 더 커졌다. 현대중공업, 금호타이어, 만도, 현대미포조선, 두산모트롤 등이 통상임금 산정과 관련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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